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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고픔의 동기

 배고픈 느낌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생리학자 Walter Cannon은 빈 위의 활동이 배고픔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Cannon의 제자 Anton Washburn은 고무관 끝에 연결된 풍선을 삼켰다. 고무관의 다른 쪽에는 공기압의 변화를 기록하는 장치가 있어, 위가 수축하면 이 장치가 작동하도록 한 것이다. Washburn은 위가 수축할 때 배고픔을 느꼈고 위가 확장되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Cannon은 이 실험이 위의 수축이 배고픔의 원인임을 증명했다고 생각했지만 곧 이에 반하는 증거가 나타났다. 배고픈 동물에게 포도당을 주사하면 위의 수축은 멈추지만 배고픔은 사라지지 않고, 위를 절제한 쥐들에게도 먹이의 보상 효과가 계속해서 나타났는가 하면, 위가 완전히 절제된 사람도 배고픔을 느낀다. 그렇다면 위가 채워지면 배고픔이 사라질까? 연구에 따르면, 음식을 먹어 위가 확장되면 배고픔이 사라지지만, 삼킨 풍선을 부풀리는 것으로는 배고픔을 없애지 못한다. 배고픔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기제가 있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혈당을 지방으로 바꿔 저장함으로써 혈당을 감소시킨다. 뇌는 이 혈당의 변화를 감지하여 배고픔을 촉발한다. 여러 영역들이 이 작업을 수행하는데, 궁상핵이라는 시상하부의 한 영역은 식욕을 촉진하고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추를 가지고 있다. 식욕 촉진 중추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면 충분히 먹은 동물들이 다시 먹기 시작하고, 이 영역을 파괴하면 오래 먹지 않은 동물도 먹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식욕 억제 중추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면 먹기를 중지하며 이 영역을 파괴하면 끊임없이 먹어서 극단적인 비만 상태가 된다. 위가 비게 되면 위는 배고픔 유발 호르몬인 그렐린을 분비한다. 비만 치료를 위한 위절제술은 위의 일부를 절제하여 그렐린 분비 수준을 낮추는 것이다. 그렐린 외에도 배고픔을 감소시키는 렙틴과 PYY, 배고픔을 촉발하는 오렉신 등의 섭식 호르몬들이 있다. 섭식 호르몬들은 특정 체중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설명할 수 있다. 체중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면 상실한 체중을 만회하려는 생물학적 압력이 작동한다. 지방세포들이 혈액에서 혈당을 추출하면 배고픔이 증가하고 에너지 소모는 감소한다. 인간의 신체는 음식 섭취, 에너지 사용 그리고 기초대사율을 제어함으로써 체중을 조절한다. 그러면 누가 살찌는가? 살이 찌는 이유는 우선 타고난 유전적 경향이 있겠지만 유전이 비만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 외의 요인은 개인이 음식과 섭식 행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비만의 심리학적 측면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비만한 사람들이 배가 아주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보면 주의를 기울인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비만 그 자체가 반드시 섭식 패턴을 예측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누적되면서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었다. Polivy와 Herman은 과식하는 심리의 결정적 차원이 억제적 섭식과 비억제적 섭식이라고 보았다. 억제적 섭식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식사량에 제한을 둔다. 이들은 상시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셈이어서 음식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한다. 이런 사람들이 어쩌다가 식사를 자제하는 것을 포기하면, 열량이 높은 음식을 마구 먹는 경향이 있다. 탈억제는 억제적 섭식을 하던 사람이 자기 능력이나 자존감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게 될 때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Tanofsky-Kraff와 동료들의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짧은 발표를 하고 이에 대해 평가받을 것이라는 지시를 받는다. 자존감에 대해 도전받은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먹었다. 섭식 억제자들은 과식을 통해 자존감의 상처를 잊게 되는지 모른다.



2. 성행동의 동기

 하등동물의 성행동은 암컷의 배란기에만 일어난다. 배란기의 암컷은 페로몬을 분비하고 이 냄새는 수컷을 성적으로 흥분시킨다. 또한 수컷에게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면 성행동이 증가한다. 인간의 성행동도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만, 동물처럼 전적으로 호르몬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 성호르몬은 시상 하부에 의해 통제되는데 2차 성징이 시작되는 10대 초중반부터 분비가 시작되고 20대 후반부터는 서서히 감소하여 40세가 되면 2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남성과 여성의 성욕에 대한 경험은 매우 다르다.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생리적 각성과 성욕 사이의 상관이 높으며 성적 반응도 여성과는 다른 단계를 거친다. 남성들은 성적 각성을 일으키는 자극이 있을 때 욕망, 각성, 오르가즘의 3단계 성 반응 주기를 거치고 급속한 해소기에 이르러 종결된다. 반면 여성은 남성과 달리 생리적 각성과 심리적 욕구 사이의 상관이 낮은 편이다. 여성의 성욕은 생리적 각성으로는 예측하기 힘들며 정서적 친밀감과 같은 관계적 요인에 의해 보다 더 잘 예측된다. 또한 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성적 반응단계를 거치는데 이를 설명한 것이 친밀감 기초모형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높은 정서적 친밀감이 성욕과 성반응을 설명한다. 여성의 성관계는 친밀감 욕구와 함께 시작되며 이후 성적 파트러로부터 많은 자극들을 받아들인다. 외모, 목소리, 냄새, 터치 등 파트너의 신체적 매력은 여성의 성적 동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의 성적 동기와 성행동은 생리적 욕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성적 동기는 진화적인 기초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성행동이 유전자에 의해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고 유전자가 개인의 짝짓기 방략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한다. 이들에 따르면 성적 동기와 행동은 생식을 통해 종족을 보존하고 유지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유전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남성과 여성의 성적 동기와 짝짓기 방략 기저의 심리적 기제는 이러한 유전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성은 젊고 매력적인 배우자를 원하고 여성은 능력있고 지위가 높은 배우자를 원한다. 여성에 비해 남성은 단기적 성적 동기를 가지고 성관계에 덜 엄격한 기준을 부여하며, 젊음과 같은 접근성 단서에 가치를 두고 배우자의 정숙도를 높이 평가한다. 반면에 여성은 남성의 자원에 대한 신호와 그를 뒷받침할 만한 야망, 사회경제적 지위, 장래성 있는 직업 등에 가치를 둔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이 지위와 매력 외의 요인들에 가치를 둔다면 그러한 배우자를 더 선호할 수 있다. 사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자녀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고자 한다면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배우자에 대한 신뢰를 지킬 수 있는 배우자가 매력적이거나 지위가 높은 배우자 보다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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