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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서 경험에 인지적 과정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여기에 문화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정서 경험과 문화를 보는 입장을 보편주의적 관점과 구성주의적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편주의적 관점에서는 인간이 경험하는 정서의 내용이 보편적이고 범문화적이며 생물학적으로 미리 결정된 자기 유지 및 자기조절의 과정이기 때문에, 같은 정서를 경험할 때는 누구나 동일한 생리적 변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본다. 반면 구성주의적 관점은 정서를 사회문화적 과정에 의해 영향받고 구성되는 것으로 본다. 즉, 정서는 사람들이 상하관계 속에서 명명하고 정당화하며 설득하는 문화적 및 관계적 산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정서적 의미는 개인적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결과로 나타난다.



보편주의적 관점

 정서가 보편적이라는 주장은 진화론에 근거하고 있다. Darwin은 인간의 다른 행동들과 마찬가지로 정서도 진화한 것이라 생각했다. Darwin에 따르면, 정서는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환경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고안된 정신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생존을 위해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건들은 특정한 유형의 정서 반응들을 유발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가까운 이의 죽음에 슬퍼하고 자녀의 출생에 기뻐하며 누군가 자신의 물건을 뺴앗아갈 때 분노한다. 따라서 특정 상황에서의 특정 유형의 정서적 반응은 모든 인간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기본정서에 대한 표정 인식연구. 정서의 보편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주된 연구의 흐름은 다른 문화권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표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Ekman과 Friensen은 같은 사람의 얼굴 표정 사진을 다양한 국가의 관찰자들에게 제시하고 각 표정에 적절한 정서의 이름을 붙이도록 했다. 특정 정서의 표정이 보편적이라면 그 정서에 대한 판단은 문화 보편적일 것이다. 그 정서에 대한 표정이 문화에 따라 다르다면 그에 대한 판단은 문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여섯 가지 기본 정서 즉 분노, 공포, 혐오, 슬픔, 행복, 놀람에 대한 평가가 다섯 문화에서 상당한 정도로 일치하였다. 정서 표정에 대한 헝가리, 일본, 폴란드, 미국, 베트남 사람들의 판단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문화에 따른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행복, 놀라움, 노여움, 혐오, 두려움, 슬픔, 경멸 등의 7가지 기본 정서 표현은 문화권에 관계없이 유사하다는 것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연구에 참여한 관찰자들의 문화가 모두 산업화된 문명사회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관찰자들은 제시된 얼굴의 표정에 익숙해 있고 이를 해석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자가 없는 뉴기니의 두 부족을 대상으로 연구하였다. 원주민들에게 서양인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고 표정이 나타내는 정서를 물었을 때, 그들의 해성은 서양인들의 해석과 거의 일치하였다. 그런 다음, 다른 부족 구성원들에게 상이한 정서를 경험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나타내보도록 한 뒤 이들의 사진을 미국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 그들은 뉴기니 부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주민들이 느끼는 정서를 구분하였다. 산업화되지 않은 문화의 구성원들이 지은 표정 역시 산업화된 문화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결과는 정서 표현과 판단의 보편성을 지지하는 증거이다.



 영유아 연구 및 맹인 연구. 정서가 보편적인 기제라면 전 세계의 아동들이 보이는 정서 반응의 형태는 동일해야 한다. 유아들은 커다란 소리에 두려움 또는 호흡곤란 등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한 반응은 즉각적이며 학습되지 않은 것으로, 유아들은 특정 자극에 대해 일반적인 정서 반응을 하도록 '만들어진 상태'에서 태어난 것 같다. 유아들은 다양한 정서 상태를 표현하는 표정을 가지고 있다. 성인의 혐오에 해당하는 싫어함, 슬픔이나 괴로움의 신호인 울음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 외에도 적지 않은 정서 반응들이 문화권에 관계없이 유사하다. 신체적 고통에 대한 반응에서 미국과 일본의 유아들은 유사한 표정과 신음, 몸부림을 보였다. 그 외에도 유아들은 다른 사람의 정서 상태를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4~6개월 된 유아들에게 놀람, 두려움, 노여움 중 한 가지 표정을 짓고 있는 성인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해당 자극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도록 한 후,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들을 제시하자 유아들은 새로운 자극에 관심을 보였다. 이는 6개월 미만의 영아들도 서로 다른 정서 표현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서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문화적으로 보편적임을 시사한다. 또한 유아들은 행복한 표정에 대해서는 얼굴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돌렸는데, 이것은 유아들이 타인의 정서를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의미까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의 표현은 유아가 성장하면서 점차 분화한다. 가령 분노와 슬픔의 분화는 두 살초기부터 나타나고, 학령기 정도의 아이들은 모든 정서를 표현할 줄 알게 된다. 정서 표현은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유전된다는 증거는 선천적 맹인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Matsumoto와 Willingham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에서 시합이 끝난 후 정상인 선수와 맹인 선수의 표정을 비교하였는데, 그들의 표정에서 구분할 만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다수의 맹인 선수들이 선천적인 맹인이기 때문에 그들이 지은 표정이 학습된 것일 리는 없다. 따라서 정서의 경험과 표현에 대한 능력은 생득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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